부동산 상식: 신탁부동산, 안전한(?) 임대차계약을 위해서는?

들어가며 : 눈앞의 집주인과 등기부의 소유자가 다르다!

건물이 깨끗하고 융자(근저당권 등기)도 없는데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세 들어 살 집으로 소개받았다. 당장 임대차계약을 맺고 싶어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를 떼어보니, 소유자란에 지금 내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사람 대신 ‘OOO부동산신탁’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이라 주장하는 사람은 “아, 그거 담보 대출 때문에 잠깐 신탁사에 맡겨둔 거예요. 실소유주는 저니까 저랑 계약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최근 발생하는 전세 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사고의 상당수가 바로 이 신탁 부동산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신탁 부동산은 법적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이기에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임차인의 전 재산일 수도 있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안전장치들을 짚어본다.

신탁 부동산,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등장인물이다. 신탁 등기가 된 부동산에는 크게 세 명의 주인공(당사자)이 등장한다.

첫째는 위탁자(원래 집주인/시행사)다. 건물을 짓거나 샀지만 대출이나 관리를 위해 소유권을 맡긴 사람으로, 흔히 우리가 집주인으로 알고 만나는 사람이다. 둘째는 수탁자(신탁회사)로, 형식적·법률적 소유권자이자 등기부등본 갑구에 소유자로 기재된 회사다. 마지막은 우선수익자(금융기관)로, 위탁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가장 먼저 가져갈 권리가 있는 곳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등기부에 신탁이라고 적힌 순간, 법적인 집주인은 원래 집주인(위탁자)이 아니라 신탁회사(수탁자)라는 점이다. 따라서 신탁회사의 허락 없이 원래 집주인과 덜컥 계약을 맺는 것은 엄밀히 말해 권한 없는 사람과 계약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훗날 보증금을 날리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등기부등본은 반쪽… 진짜 중요한 정보는 신탁원부에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에서는 등기부등기사항증명서만 깨끗하면 안심한다. 하지만 신탁 부동산은 다르다. 등기부에는 그저 “신탁되었다”는 사실과 “신탁 원부 번호”만 적혀 있을 뿐, 진짜 중요한 정보는 쏙 빠져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신탁원부다. 과거에는 방문 발급만 가능했으나 현재는 인터넷등기로도 발급받을 수 있다. 

신탁원부에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임대차 계약 권한: 임대차 계약은 수탁자(신탁사)의 사전 승낙 하에 위탁자(원주인) 명의로 체결한다는 조항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탁사의 동의 없는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

둘째, 금전 관리(입금 계좌): 보증금과 월세를 어디로 입금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다수 신탁 계약은 횡령 방지를 위해 신탁사 명의의 계좌 입금을 규정한다.

셋째, 우선수익자의 동의: 대출 은행의 동의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신탁 부동산 임대차계약에는 우선수익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동의 없는 임대차는 임차인에게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내 보증금은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

신탁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을 임대인(위탁자)의 말만 듣고 그의 계좌로 송금하면 거의 100% 사고다. 신탁원부에는 ‘매매 대금 및 임대차 보증금은 수탁자가 지정하는 계좌로 입금해야 효력이 있다’는 조항이 있게 마련이다. 위탁자 개인 계좌로 보낸 돈은 법적으로 임대차 보증금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금과 잔금은 반드시 신탁원부에 명시된 계좌 혹은 신탁회사와 우선수익자가 동의한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그리고, 보증금은 우선수익자나 신탁사가 아니라 위탁자에게 반환청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에 유의해야 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사각지대

일반적인 경우처럼 전입신고+확정일자를 갖추면 대항력이 발생할까? 정답은 “신탁원부에 기재된 임대차계약의 동의권자가 동의를 해야 위 임차인의 권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신탁 등기 이후에 들어온 세입자는 원칙적으로 신탁회사에 대항할 수 없다. 하지만 신탁원부가 규정하는 필수적인 동의가 있고, 대항요건(전입신고, 점유(이사))을 갖추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적법한 임차인이 된다.

다만, 우선변제권이 인정된다고 하여 임차인이 신탁의 우선수익자(채권자)보다 선순위가 된다는 의미는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최우선변제권(소액임차인 보호)을 유의해야 한다. 신탁 부동산이 부실화되어 처분될 때는 법원 경매가 아닌 신탁 공매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판례나 실무상 신탁 공매 절차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고 예방을 위한 체크리스트

계약 전 다음 4단계를 반드시 기억하자.

Step 1: 해당 물건의 신탁원부를 발급받는다.

Step 2: 신탁원부 특약사항을 읽고 임대 권한과 보증금 반환 의무자를 확인한다.

Step 3: 임대인에게 신탁회사의 임대차 동의서와 우선수익자의 동의서(법인인감증명서 첨부 필수) 발급을 요구한다. 이게 없다면 계약하지 않는 것이 좋다.

Step 4: 보증금은 반드시 신탁원부에 지정된 신탁 계좌로 입금한다. 위탁자 개인 계좌 입금은 금물이다.

맺는 말

신탁 제도는 채권자를 두텁게 보호하여 소유자(위탁자)가 더 많은 돈을 융통할 수 있게 설계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임차인에게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더라도 채권자보다는 후순위다. 위와 같이 신탁원부를 확인하고 그 내용이 정하는 동의 등 절차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해당 부동산이 경공매 절차로 들어가면 임차인까지 배당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므로 신탁 부동산 임차는 신중해야 한다.

“설마 무슨 일 있겠어?”라는 안일함 대신, 신탁원부를 떼어보고 신탁회사에 확인하는 수고로움이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된다. 계약은 믿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고 하는 것이다.

※본 기고문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적인 법률 관계에 대한 최종 판단은 관련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리맥스 키스톤 조상현 대표

필자는 공인중개사이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증 부동산권리분석사로, 현재 키스톤부동산중개법인㈜ 대표로 재직중이다. 키스톤 부동산중개법인㈜는 경·공매 전문 공인중개사를 통해 관련 자문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상가·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과 건물 전반에 대한 매매 및 임대차 자문과 중개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계약 과정에서 필요한 법률 자문은 제휴 법무법인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shcho0384@gmail.com  02-55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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