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식: 전용률에 대하여(2편)…조직이 공간을 만든다

조직이 공간을 만든다 [2편]

숫자 다음의 질문

전편에서 우리는 전용률이라는 숫자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의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들조차 등급별 평균 전용률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을 만큼, 이 숫자는 애초에 절대적인 잣대로 쓰일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근 사무공간을 다시 짠 몇몇 기업들도 전용률을 스스로 낮추는 선택을 했다. 계약면적을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그 공간이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어긋나 있으면 체감 만족도는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용률을 낮추더라도, 그 자리에 조직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채워 넣으면 공간의 질은 오히려 높아진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조직마다 필요한 공간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그 답을 먼저 실행에 옮긴 곳들은 실제로 무엇을 선택했는가.

조직마다 다른 하루

같은 사무실이라도 조직에 따라 하루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개발이나 리서치처럼 몰입이 필요한 업무가 중심인 조직은 방해받지 않는 개인 업무공간과 소음이 차단된 공간을 필요로 한다. 반면 마케팅이나 기획처럼 협업과 아이디어 교환이 잦은 조직은, 고정된 자리보다 자유롭게 모이고 흩어질 수 있는 유연한 공간에서 더 잘 움직인다. 고객이나 외부 파트너를 자주 응대하는 조직이라면 접견 공간과 회의실의 밀도가 업무 효율을 좌우한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유형 중 무엇이 더 우월한가가 아니라, 우리 조직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먼저 파악하는 일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신사옥을 지은 국내 기업들의 선택을 들여다보면,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답을 먼저 실행한 곳들

네이버 판교 제2사옥 1784 (출처 : 네이버)

네이버는 판교 제2사옥 1784를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표방하며 지었다. 약 100여 대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이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택배와 도시락, 음료를 배달한다. 로봇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건물 전체의 바닥 단차를 없앴고, 승강기 38대 가운데 36대에 로봇 탑승 연동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현대무벡스와 함께 세계 최초로 로봇 전용 수직 순환 승강기 ‘로보포트’를 개발했다. 5층의 ‘라운지5’는 여섯 개의 식음료 코너가 모인 사내 식당이면서, 식사 시간이 아닐 때는 휴식과 미팅이 동시에 가능한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운영된다. 식사 운영시간 외에는 픽업 존의 전동 도어가 자동으로 닫혀 주방의 조리 소음과 냄새를 차단한다. 기술 기업다운 답이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무실 (출처 : 카카오)

카카오는 판교역 인근에 신사옥 ‘판교 아지트’를 지으며 아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JLL 코리아가 2020년 12월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약 2년에 걸쳐 오피스 이전과 인테리어 전 과정을 총괄했고, 카카오는 이 건물 전체를 10년간 통임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A·B 두 개 동, 지하 7층에서 지상 15층, 연면적 약 16만 2,730제곱미터(4만 9,226평) 규모의 이 건물에 판교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6,000여 명의 카카오 공동체가 2022년 7월부터 모여 일하고 있다. 이 사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회의 공간의 절대적인 양이다. 건물 곳곳에 약 350여 개의 회의 공간이 분산 배치되어 있고, 5층에는 카페와 타운홀, 외부 테라스를 하나로 연결한 약 330평 규모의 다목적 공간 ‘아지타운’이 자리한다. 협업과 소통이 조직의 정체성인 기업다운 선택이다.

토스 신논현역 오퍼스459 (출처 : 토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2026년 1월, 강남대로 신논현역 인근의 신축 오피스 ‘오퍼스459’로 임직원 약 2,000명을 이전시켰다. 이 사옥의 특징은 층마다 라운지를 배치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미팅을 기다리거나 잠시 머리를 식힐 때 자기 층의 라운지를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특히 세미나룸 옆과 건물 꼭대기층, 두 곳에 마련된 ‘커피사일로’는 외부 손님이나 세션 참여자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자, 통창 너머로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꼽힌다. 미팅이 잦은 조직 문화가 그대로 공간에 반영된 사례다.

당근마켓 강남역 ‘우리동네’ 테마 사무실 (출처 :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2021년 5월, 서비스 성장에 따른 인력 증가로 강남 교보타워 10·11층으로 사옥을 옮기며 인력을 180명에서 300명 규모로 늘릴 계획을 밝혔다. 새 사옥의 콘셉트는 ‘우리 동네’다. A·B 두 동에 나뉜 네 개의 공용 라운지 모두에 ‘키친바’를 설치했는데, 이는 업무상 마주칠 일이 적은 다른 팀 구성원들도 간식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회의실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늘어난 점을 반영해 1~2인용 소회의실 위주로 다양화했다. 복도와 회의실 곳곳에는 ‘은행나무길 마을회관’, ‘둘레길 모퉁이집’, ‘오솔길 사진관’ 같은 정감 있는 이름을 붙여, 사무실이라기보다 동네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네 기업의 선택은 저마다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전용면적의 밀도를 조절하는 대신, 그 자리에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점이다.

공용부에 투자한 자산들

이 흐름은 비단 국내 IT 기업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노후 오피스 자산을 재단장하며 공용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례들이 자산가치로 증명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 PENN 2 로비 전경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리츠(REIT) 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는 펜실베이니아역 일대의 오피스 자산 PENN 1과 PENN 2를 재단장하며, PENN 2 한 건물에만 약 7억 5천만 달러를 투입했다. 이 건물에는 280석 규모의 타운홀과 대형 컨퍼런스 공간, 피트니스센터가 새롭게 조성됐다. 노후 자산이 신축급 트로피 오피스에 준하는 자산으로 재탄생했다는 평가다.

런던 금융가 중심에 있는 22 Bishopsgate는 개발 단계부터 전체 임대 가능 면적의 10퍼센트 이상을 공용 어메니티로 배정했다. 대형 푸드홀과 짐, 실내 암벽등반 시설, 웰빙 공간, 유연 공유 오피스가 이 공간을 채운다. 이 건물은 2025년 1월 마지막 층까지 임차인을 확보하며 완전 임대(100퍼센트)를 달성했다.

싱가포르 CapitaSpring은 ‘코어-플렉스(Core-Flex)’ 모델—전용 오피스 공간과 공유·유연 업무공간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을 도입해, 전체 오피스 면적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6만 9천여 제곱피트를 코워킹 공간으로 운영한다. 준공 시점에 임대 계약이 확정된 비율은 93퍼센트였고, 이후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운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세 사례 모두 공용부를 늘리는 결정이 임대료를 깎아 먹는 손실이 아니라, 오히려 임차인을 끌어들이고 자산가치를 높이는 투자로 작동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시, 해석하는 사람

잘 꾸며진 공용공간 이미지

전용률이라는 숫자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결국 같은 지점으로 돌아왔다. 좋은 공간은 전용률이 높은 공간이 아니라, 그 조직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과 맞아떨어지는 공간이다. 네이버는 기술을, 카카오는 소통을, 토스는 만남을, 당근마켓은 동네라는 정서를 공간에 옮겨 놓았다. 해외의 자산 관리자들은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임대율과 자산가치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임대차 전문가의 자리도 여기에 있다. 숫자를 제시하거나 비용을 계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조직의 필요를 읽어내고 공간의 언어로 옮겨주는 사람. 결국 좋은 공간을 찾는 일은 숫자를 비교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를 먼저 묻는 일에서 시작된다.

리맥스 마이스터 설인권 전무 

필자가 몸담고 있는 리맥스 마이스터는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명동을 비롯한 서울의 중심 상업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1:1 부동산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리맥스 마이스터는 숙련된 부동산 전문가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략을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투자 및 사업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ikseol@remax.co.kr  문의 : 1533-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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