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의 대전환…플랫폼에 밀린 상가, AI가 바꾸는 오피스

2026년 1분기, 대한민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K자형’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오피스 시장이 연일 ‘맑음’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상가 시장은 유독 매서운 ‘한파’에 직면했다.

서울 도심권 오피스 임대가격지수가 전 분기 대비 0.34% 상승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사이, 상가 시장은 0.05% 하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골목 상권의 지표인 소규모 상가는 0.16%나 떨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오피스 투자수익률이 1.8%를 기록하며 상가 대비 두 배 이상의 성과를 낸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기이한 온도 차는 경제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출 호조와 기업 실적 개선 덕분에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4.9까지 올라 정상 수준(100)에 육박했다.

반면 자영업자들의 체감 온도인 생활형편지수는 8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업은 웃고 자영업자는 우는, 이른바 경기 심리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더욱 깊게 고착화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가속하고 있다.

소비 증가 불구 상가 ‘침체’: 돈의 ‘길목’ 플랫폼으로 바뀌다

‘사람들이 돈을 안 써서 장사가 안된다’는 말은 이제 반만 맞다. 실제 소비 지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기 때문이다. 1인당 민간소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분기별 카드 사용액은 이미 3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자금이 흐르는 ‘길목’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6년 3월 데이터를 보면 그 해답을 가늠할 수 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3% 급증한 25조 5,770억 원을 기록했다. 소비의 상당 부분이 동네 상권이 아닌 쿠팡, 배달 플랫폼, 그리고 대형 복합쇼핑몰이라는 ‘거대 플랫폼’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소비가 늘면 자연스럽게 집 앞 식당과 옷가게가 붐볐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결제가 끝난다. 좋은 입지에 간판만 걸어두면 수익이 보장되던 시대는 이제 통계 속으로 사라졌다.

‘될 곳’에 입힌 매력: 온라인을 이기는 오프라인의 힘

온라인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상권들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교통이 편리해 세대 불문하고 모이기 쉽고, 오피스가 밀집해 탄탄한 고정 수요를 갖췄으며, 외국인 관광객까지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오는 ‘전통적 요충지’라는 점이다.

2026년 2분기 투자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한 성수(뚝섬), 광화문, 강남대로, 홍대 등은 원래부터 사람들이 먹고 노는 ‘만남의 광장’이었다. 이처럼 ‘모일 수밖에 없는 길목’에 기업들이 앞다투어 쇼룸, 브랜드 체험 공간, 팝업스토어를 세우며 물리적인 매력을 더하자 상권의 가치가 폭발했다.

특히 성수(뚝섬)는 중대형 상가 수익률 3.78%라는 압도적 성적을 거두었다. 과거의 투박한 공간에 세련된 브랜딩이 입혀지며 MZ세대는 물론 관광객까지 불러모으는 ‘대체 불가능한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그 저력의 밑바탕에는 서울 어디서든 닿기 좋은 교통과 인근의 풍부한 오피스 수요가 버티고 있다. 

결국 핵심은 ‘온라인 플랫폼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실질적 경쟁력이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압도적인 편리함을 이겨낼 만큼, 굳이 그곳까지 갈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답해야 한다. 탄탄한 고정 수요와 상징성을 갖춘 입지 위에서 사람들의 시간을 점유할 만큼 즐겁고 매력적인가라는 질문이다. 이미 모일 만한 곳에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압도적 경험까지 입혀진 상권만이, 이 플랫폼 중심의 한파 속에서 홀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AI 시대, 오피스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

그동안 오피스 시장은 상업용 부동산의 유일한 ‘안전자산’으로 군림해 왔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프라임 오피스의 공급 제한이 맞물리며, 임대료 상승 속에서도 공실을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호황을 누려온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 오피스 시장 역시 자영업계를 강타한 온라인 쇼핑의 습격 못지않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AI 발전으로 인한 인력 구조의 변화다. AI가 내근직의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절대적인 물리 공간의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다. 이미 일부 산업군에서는 인력 감축과 조직 효율화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근무 인력의 감소는 곧 오피스 수요의 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그간 오피스 가격을 떠받치던 ‘희소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공급이 제한적이었던 도심 업무지구가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해 대규모 공급 가속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 즉 상가 시장의 침체 못지않은 위기가 오피스 시장의 문턱까지 차오른 셈이다.

매력을 경영하라

결국 상가든 오피스든 부동산 시장에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자영업자들이 플랫폼 권력에 밀려 생존의 기로에 섰듯, 오피스 시장 또한 AI라는 기술적 진보와 공급 확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직면해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환상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의 근무 인력이 줄어 오피스의 물리적 면적 자체는 축소될지 모른다. 하지만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본능은 오히려 ‘굳이 집을 나서 출근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을 더욱 갈구하게 될 것이다.

결국 모든 답은 본질로 귀결된다. 상가는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신체적 경험으로, 오피스는 인력이 줄어도 인재들이 기꺼이 모여드는 핵심 입지로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숫자의 이면에 숨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고,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들 만한 가치‘를 경영하는 곳만이 이 대전환의 시대에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리맥스코리아 이미영 애널리스트 & 마케터

필자는 부동산 광고AE, 홍보AE, 부동산포털사이트에서 애널리스트, 데이터기획, 시장조사 등의 업무를 진행하였고, 부동산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부동산 전문가다. 현재 리맥스에서 저널 발간, 시장분석, 뉴스 생산과 홍보 등 마케팅 파트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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