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식: 골목이 브랜드가 되는 법, 그리고 브랜드가 골목을 잃는 법 (하)

그럼에도 살아남는 골목은 무엇이 다른가? 

살아남는 골목을 찾아서

지난 4월호의 글에서 우리는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을 통해 서울 골목 상권의 흥망 공식을 살펴보았다. 낮은 임대료에 이끌린 개성 있는 소상공인이 골목의 매력을 만들고, 그 매력이 임대료를 끌어올리며, 올라간 임대료가 매력의 창작자를 내쫓는 역설. 가로수길의 공실률 43.9%와 경리단길 식당의 생존율 12.9%가 그 순환의 결과를 차갑게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순환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모든 뜨는 골목은 결국 이런 순환을 거쳐 식을 수밖에 없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두 곳의 현장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제도적으로 막아보려는 정책의 실험, 그리고 상권의 운명을 가르는 더 근본적인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수동 – 낡은 공장이 브랜드가 될 때

성동구 성수동은 오랫동안 수제화 공방, 인쇄소,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준공업지역이었다. 기계 소음과 구두약 냄새가 일상이던 이 동네에, 2010년대 중반부터 저렴한 임대료와 천장이 높은 공장형 공간을 찾아 카페, 갤러리, 복합문화공간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여기까지는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의 초기 궤적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성수동이 다른 골목 상권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체급(體級)이다. 2020년대 들어 성수동은 글로벌 패션·뷰티·IT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Pop-up Store)를 여는 핵심 무대가 되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찾아가는 카페 골목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다.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으며, 이를 두고 ‘제2의 가로수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성수동에는 가로수길에 없었던 구조적 자산이 있다. 산업유산(産業遺産)이라는 독특한 물리적 질감, 서울숲이라는 대형 녹지 인프라, 대기업 사옥과 IT·패션 기업의 이전에 따른 상주(常住) 인구의 형성이 그것이다. 이 요소들이 팝업 수요와 관광 수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상권 기반을 만들고 있다. 성수동의 미래를 가를 핵심 질문은, 이 구조적 자산이 임대료 상승의 속도를 이겨낼 수 있는가, 아니면 더 큰 규모로 가로수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가이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차이가 있다. 가로수길의 임대료를 밀어 올린 것이 프랜차이즈와 글로벌 브랜드의 ‘상시 입점’이었다면, 성수동의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것은 팝업스토어라는 ‘단기 점유’다. 건물주 입장에서 장기 임차인보다 높은 단가를 단기로 지불하는 팝업 테넌트가 더 매력적이라면, 상권의 안정성을 받쳐줄 장기 임차 생태계 자체가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성수동은 가로수길과 같은 병을 앓되, 그 증상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연남동 – 공원이 상권을 키우고, 임대료가 상권을 시험하다

경의선숲길(출처 : 서울시청)

마포구 연남동은 공공 인프라 투자가 상권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사례다. 원래 이곳은 신촌·홍대 상권에 인접한 조용한 주택가에 불과하였다. 경의선이 지하화되고 그 위에 선형(線形) 공원이 조성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15년 경의선숲길이 개방된 이후, 이 공원을 중심으로 카페, 디저트 숍, 공방, 주점이 급증하며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는 별칭이 붙었다.

연남동 공방거리(자료 : 한국관광공사)

홍대 상권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온 창업자들이 연남동의 초기 생태계를 형성하였다. 주택가 특유의 골목 감성, 공원과 어우러지는 산책 동선, 사진 찍기 좋은 공간성이 소비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연남동 역시 같은 순환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공원 변 메인 동선의 임대료가 급등하고, F&B(식음료) 업종에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업종 다양성이 약화되었다. 주택이 카페로 용도변경되고, 세탁소와 미용실 같은 생활 서비스 점포가 줄어드는 과정은 전형적인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양상이었다.

연남동의 교훈은 양면적(兩面的)이다. ‘경의선숲길’이라는 공공투자가 상권을 탄생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그 수혜가 걸을 만한 길을 만든 시민이 아니라 건물의 가치가 오른 건물주에게 먼저 귀속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 것이다. 걷기 좋은 길이 얼마나 빠르게 비싼 길이 되는지, 연남동은 그 속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제도의 실험 – 순환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골목 상권의 흥망 순환을 제도적으로 늦추려는 시도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8년 10월 16일 시행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이다. 이 개정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었고, 임대료 연간 인상 상한은 9%에서 5%로 하향 조정되었다. 임차인에게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무 현장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10년 보장이라는 조건이 생기자, 임대인이 신규 계약 시 임대료를 선제적으로 대폭 올려 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법이 기존 임차인을 보호하는 사이, 새로 진입하려는 임차인의 문턱은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보다 주목할 만한 실험은 성동구의 ‘지속가능발전구역’ 제도다. 2015년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를 제정(2015년 9월 24일)하고 서울숲길 일대에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한 성동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제한하고 건물주와 임차인 간 ‘상생협약’을 유도하였다. 2023년에는 이 구역을 성수동 전역으로 8.6배 확대 지정하면서, 건물 신·증축 시 임대료 안정 이행 협약 체결을 조건으로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도입하였다.

이 제도의 효과를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상생협약에 참여한 업체의 평균 영업 기간은 79개월인 반면, 미참여 업체는 52개월로, 약 27개월의 차이가 나타났다. 27개월, 즉 2년여의 시간은 소상공인에게 사업을 안정시키고 단골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기간이다.

성동구의 상생협약이 상가 세입자의 생존 기간을 27개월 연장했다는 데이터는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붕괴의 ‘속도’를 조금 늦췄을 뿐 시장의 ‘방향’ 자체를 선회시킨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속도가 아닌 방향을, 제도가 아닌 구조를 바꾸는 조건은 무엇인가.

상권의 체력 – ‘찾아가는 상권’과 ‘품고 있는 상권’

필자는 그것을 ‘상권의 체력’이라 부르고자 한다. 핵심은 자체 소비수요(自體 消費需要), 즉 배후수요의 유무(有無)다.

경리단길, 가로수길, 혹은 전성기의 연남동을 떠올려 보자. 이 상권들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데 있다. 상권의 생명이 외부 유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SNS에서 화제가 되면 폭발적으로 사람이 몰리지만, 화제성이 사라지면 발길도 끊긴다. 임대료는 전성기를 기준으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유입이 줄면 곧바로 공실로 이어진다. 이것이 ‘찾아가는 상권’의 태생적 취약성이다.

반면 필자가 매일 걷는 을지로와 무교동의 골목은 구조가 다르다. 이곳은 CBD(중심업무지구, Central Business District) 한가운데 위치하며, 최상급 오피스 빌딩에 상주하는 수만 명의 직장인이라는 거대한 자체 소비수요를 품고 있다. ‘힙지로’라는 이름이 붙기 훨씬 전부터, 그리고 그 이름의 화제성이 식은 후에도, 이 사람들은 매일 점심을 먹고 저녁 약속을 잡기 위해 이 골목을 걷는다. 이 배후수요가 상권의 바닥을 단단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부침(浮沈)의 진폭이 작고 회복의 속도가 빠르다.

실제로 필자가 이전 기고에서 다룬 바와 같이, CBD 핵심 지역인 광화문·시청·을지로·종로의 오피스 공실률은 2022년 1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일관되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한국부동산원). 광화문은 7.9%에서 4.0%로, 종로는 11.0%에서 4.1%로 낮아졌다. 가로수길의 상가 공실률이 같은 기간 36.5%에서 43.9%로 치솟은 것과 정반대의 궤적이다. 오피스에 사람이 채워지면 골목에도 사람이 채워진다. 상업 시설의 공실과 오피스의 공실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이전 2026년02월 리맥서 저널에 기고한 ‘공실(空室)의 시대는 없다’에서 필자는 ‘입지(Location)’가 ‘목적지(Destination)’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제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자 한다. 상권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하려면, 외부에서 ‘찾아오는 목적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자체로 소비수요를 ‘품고 있는 입지’가 그 목적지를 받쳐주어야 한다. 목적지(Destination)의 매력과 입지(Location)의 체력이 결합할 때, 골목은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상권이 된다.

무교동 골목을 나서며

가로수길이 비어가고 경리단길이 식은 것은 경기 탓만이 아니다. 골목의 고유한 이야기가 임대료에 밀려 사라졌고, 그 이야기를 대체할 배후수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무교동·다동의 골목을 다시 바라본다. 93년간 무교동을 지킨 용금옥의 서울식 추어탕, 70년 된 부민옥의 양무침 한 접시. 이 노포(老鋪)들이 세월을 견딘 것은 물론 그들만의 이야기와 맛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 골목이 여전한 더 근본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자본의 최전선인 CBD의 오피스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만 명의 발길이 이 골목의 바닥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힘과 수요의 체력, 이 둘이 만날 때 골목은 유행을 넘어 시간을 이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의 역할도 여기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어디가 뜨는가’를 쫓는 것이 아니라, ‘이 상권의 자생력이 언제 임대료에 의해 훼손되기 시작하는가’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골목이 품고 있는 소비수요의 체력과 그 골목만의 이야기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일. 단순한 중개(仲介)를 넘어 상권의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업(業)이 향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리맥스 마이스터 설인권 전무 

필자가 몸담고 있는 리맥스 마이스터는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명동을 비롯한 서울의 중심 상업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1:1 부동산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리맥스 마이스터는 숙련된 부동산 전문가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략을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투자 및 사업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ikseol@remax.co.kr  문의 : 1533-3088

Share

부동산 창업 상담신청

More Posts

ko_KR
we are re/max

리맥스에 대해서 더 알고싶으신가요?
몇가지 정보를 입력하고 브로셔를 다운로드받으세요.

we are re/max

아래 버튼을 눌러 브로셔를 다운로드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