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불장이 바꾼 부동산 지형…전세 빼서 월세로, 상급지 갈아타기

최근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글로벌 빅테크 랠리 등 주식시장이 이례적인 활황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독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줄여 주식 시드머니로 활용하거나, 주식 수익을 바탕으로 상급지 갈아타기 및 실물 자산 매입에 나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산 시장 간의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보증금 빼서 주식으로… ‘월세 전환’과 ‘배당금 주거’ 신풍속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다.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 전세에 거주하던 장 모 씨(40)는 임대인에게 기존 2억 5,000만 원이었던 보증금을 5,000만 원으로 낮추고, 나머지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아 최근 상승세인 반도체와 빅테크 주식에 추가 투자하는 것이 월세를 내는 것보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계산이 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30 세대 중심의 ‘파이어족(조기 은퇴 희망자)’ 사이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 역시 전세 만기를 앞두고 전세자금대출을 연장하는 대신, 은행 이자를 낼 돈으로 집주인에게 월세를 주기로 하고 대출을 상환했다. 대출 한도만큼 묶여 있던 현금을 확보해 미국 빅테크 주식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주식 수익률이 월세 비용을 상회하면서 전세 대출에 의존하기보다 현금 유동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자산 규모가 큰 스마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배당금 주거’ 모델도 등장했다. 청담동의 한 하이엔드 오피스텔에 월세 800만 원에 입주한 40대 최 모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씨는 원금(시드)을 주식 시장에 그대로 두고, 미국 고배당 ETF와 빅테크 주식에서 나오는 월평균 배당금만으로 고액의 월세를 전액 조달하고 있다. 자산은 주식 시장에서 복리로 증식되므로, 굳이 수십억 원의 현금을 전세 보증금으로 묶어둘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주식 익절금의 대이동… 성과급 융합 매수부터 꼬마빌딩까지

주식 시장에서 거둔 막대한 수익이 부동산 시장으로 직접 유입되며 매매 시장을 자극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최근 주식 투자로 약 7억 원의 수익을 올린 한 투자자는 이 자금을 보태 아파트 평형과 지역을 모두 상급지로 업그레이드해 이사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임직원들의 행보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받은 이들이 이를 시드머니 삼아 주식 투자로 자산을 추가 증식한 뒤, 본사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주거 환경이 쾌적한 동탄, 용인 등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의 신축 아파트를 대거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투자 수요를 넘어, 고소득 직장인들의 ‘직주근접형 자산 증식’이 해당 지역 집값 강세의 실질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수십억 원 단위의 대형 불장 수익을 거둔 고액 자산가들은 아예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매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개인 법인을 설립해 취득세나 대출 규제를 우회하며 강남이나 홍대 일대의 50억 원 안팎 빌딩을 매입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해 수익의 일부를 실물 자산으로 현금화(익절)하여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맞추는 전략이다.

아파트 청약 시장 역시 주식발 현금 부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나 ‘줍줍(무순위 청약)’에 수십만 명이 몰리는 현상 뒤에는 주식 불장의 그림자가 짙다. 대출에만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당첨만 되면 주식 일부를 처분해 수억 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즉시 현금으로 납부하는 구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머니무브 전망… 부동산 시장 움직일 ‘새로운 변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의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본격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주택시장은 7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이 같은 유동성 흐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임직원들이 받은 대규모 성과급과 더불어,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가 3배 가까이 급등하며 주식으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단순히 주식에 자금을 묻어두기만 해도 자산이 수 배로 불어난 투자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본격 흘러 들어갈 경우 하반기 주택 시장 판도를 흔드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식 필승’ 환상 깨야… 법적 계약인 ‘주택 잔금’ 손실 우려 고려해야

자산운용의 오랜 원칙 중 하나는 ‘정해진 기한이 있는 주거 자금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격언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마포의 장 씨처럼 보증금을 빼 주식에 투자해 단기간에 수억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린 성공 사례들이 공유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산 이동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눈앞의 성공 신화에만 매몰되기보다, 자산 시장의 냉혹한 현실과 손실 우려를 냉정하게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주식을 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환상이다. 지금 같은 불장 속에서도 종목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으며,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단기간에 50% 이상 급락하는 종목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주식으로 상급지 갈아타기에 성공할 때, 누군가는 주식 필승론에 취해 남모르게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주택 거래는 엄연한 법적 계약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적인 주식 자금은 주가가 폭락해도 매도하지 않고 버티면 그만이지만, 부동산 보증금이나 잔금은 이행 기한이 정해져 있다. 만약 주식 시장은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주거 자금을 무리하게 굴리다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고 정해진 날짜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계약금 몰수는 물론 법적 책임에 따른 계약 파기 등 상상 이상의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성공과 실패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며,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글로벌 전쟁 등 대외 악재마다 자산 시장이 요동쳤듯 항상 하락의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라며 “하이 리턴의 뒷면에는 언제나 하이 리스크의 대가가 따르는 만큼, ‘무조건 번다’는 환상을 버리고 최악의 하락 시나리오까지 철저히 계산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자산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 주거의 안정성과 자산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맥스코리아 이미영 애널리스트 & 마케터

필자는 부동산 광고AE, 홍보AE, 부동산포털사이트에서 애널리스트, 데이터기획, 시장조사 등의 업무를 진행하였고, 부동산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부동산 전문가다. 현재 리맥스에서 저널 발간, 시장분석, 뉴스 생산과 홍보 등 마케팅 파트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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