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인데, 가격은 왜 달라질까? 투자자는 수익구조를 본다

최근 전속 매각을 진행한 수도권 소재 근린생활시설의 사례다.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해당 건물은 상속을 통해 승계된 자산이었다. 건물주는 직접 관리하지 않고 관리인을 통해 운영해 왔으며, 상속 이전부터 임대료 수금과 임차인 관리는 대부분 관리인이 담당하고 있었다. 건물주는 정기적인 보고를 통해 임대수익을 수취하는 구조였다.
노후한 건물은 상속 이후 외벽 일부가 떨어져 예상치 못한 인적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외벽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자산의 수익구조까지 개선되지는 못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주는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계획보다 먼저 현실이 움직였다

첫 미팅 당시 가장 먼저 검토한 방향은 장기 임차인을 정리하고 공실 상태로 매각하는 전략이었다.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사옥으로 활용하거나 우량 임차인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도를 검토하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1층 일부 호실의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할 새로운 임차인을 직접 구해온 것이다. 그 순간 질문이 바뀌었다.

“현 상황에서 매도인에게 가장 유리한 자산 구조는 무엇인가?”
이번 매각의 방향은 그 질문에서 다시 시작됐다. 당시 매각은 추진 중이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매수자가 확보된 상황은 아니었다. 매수자가 없는 상태에서 권리금 문제를 감수하며 명도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매도인에게 유리한 전략인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매도인과 협의 끝에 전략 일부를 수정했다. 당장의 명도에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자산의 구조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방향을 병행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보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자산구조다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임대차 조건을 다시 검토했다. 관리비 체계는 명확하지 않았고, 일부 임차인의 계약 조건은 장기간 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에서는 임대료와 관리비 체계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향을 검토했다.
기존 임차인들에게도 향후 관리체계를 정비할 계획을 안내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임대료를 올리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다. 투자자가 평가하는 수익구조를 재정비하는 과정이었다.
구조의 개선은 임대료 인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계약의 안정성, 관리 체계의 명확성, 권리관계의 정비 역시 자산가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차인의 장기 연체 사실이 확인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연체 자체보다 운영 방식에 있었다. 코로나 시기에는 임대인의 배려로 임대료를 인하해 운영한 이력이 있었고, 이후에도 임차인의 사정을 고려한 유연한 관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배려가 어느 순간 관리의 영역을 벗어나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해당 임차인은 장기간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못해 보증금만으로도 연체금액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고 영업권을 넘길 수 있도록 새로운 임차인을 찾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관리인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온 임차인의 사정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자산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선의와 자산관리는 다르다

임차인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과 자산의 권리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선의로 시작된 배려가 반복되면 계약의 기준은 흐려지고, 결국 그 부담은 건물주가 떠안게 된다. 특히 매각을 앞둔 자산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더욱 중요하다. 투자자는 현재 임대료 수준만 보는 것이 아니다. 계약의 안정성, 권리관계의 명확성, 관리 체계의 신뢰성까지 함께 평가한다.
건물은 그대로인데 가치가 달라지는 이유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례에서 건물 자체는 거의 달라진 것이 없었다.
대지면적도 그대로였고,
연면적도 그대로였으며,
건물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건물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었다.
임차인 구조를 점검하고,
임대차 조건을 재정비하고,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자산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을 바꾸는 작업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 결과 같은 건물이라도 이전과는 다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건물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투자자는 건축물보다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수익구조를 본다. 하지만 많은 건물은 오랜 기간 반복된 운영 방식 때문에 스스로 자산가치를 낮추고 있다.
건물의 나이는 바꾸기 어렵다. 그러나 임차인 구조와 관리 체계, 운영 방식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끗 차이가 결국 건물의 가치와 매매가격을 결정한다.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임차인 구조는 자산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가?”

리맥스 와이드 파트너스 이명희 이사
-현 리맥스 와이드파트너스 메타팀 팀장
-전문분야: 공간 전략, 빌딩 리포지셔닝, 기업 자산 매입·매각 (장기 운영 자산의 임차인 구조와 수익구조를 분석하여 임대 전속과 매매 전속을 연계하는 자산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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