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전용면적, 다른 의견
임대차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반복해서 겪는 일이 있다. 같은 조건의 사무실을 안내해도 임차인들의 반응이 매번 다르게 갈린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전용 165.29㎡(구 50평)라는 같은 조건으로 여러 사무실을 안내해 보면, 어떤 이는 “여기가 훨씬 넓어 보이네요”라고 하고, 어떤 이는 “생각보다 좁은데요”라고 한다. 계약서에 적힌 숫자는 똑같다. 그런데 몸이 느끼는 공간은 다르다.
숫자는 정직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부동산 현장에서는 정직한 숫자가 오히려 오해를 낳는 경우가 많다. 전용 165.29㎡라는 숫자만으로는 그 공간이 어떤 모습일지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는다. 기둥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코어가 어느 쪽에 몰려 있는지, 창가 자리가 얼마나 나오는지에 따라 같은 숫자도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그리고 이 체감의 차이를 만드는 배후에는 또 다른 숫자, 즉 전용률(專用率)이 있다.
아무도 발표하지 않는 숫자
전용률이란 계약면적(임대면적) 가운데 임차인이 실제로 독점해 사용하는 전용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계약면적은 전용면적과 공용면적—로비, 복도, 화장실, 기계실, 엘리베이터 홀 등—을 합한 것이므로, 같은 계약면적이라도 건물의 코어(core) 구조나 엘리베이터 대수, 로비의 크기에 따라 전용률은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 서울 오피스 시장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CBRE, JLL,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세빌스 같은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들은 공실률과 임대료, 순흡수면적은 분기마다 상세히 발표하면서도, 정작 등급별 평균 전용률은 어디에서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임차인이 계약 전 가장 궁금해할 법한 숫자가, 정작 시장에는 공식 통계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공백은 우연이 아니다. 전용률은 건물마다 워낙 편차가 크고, 무엇을 공용면적으로 잡느냐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라 하나의 평균값으로 요약하기 어렵다. 결국 전용률은 개별 건물을 직접 들여다봐야만 확인되는, 지극히 현장적인 숫자다. 통계표에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 숫자를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해석해야 할 지표로 다뤄야 한다는 첫 번째 신호다.

전용률을 낮추는 결정들
건물의 전용률은 코어와 로비, 엘리베이터가 정해버리는 숫자라 임차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같은 구조의 선택이 훨씬 작은 단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전용면적 안에서, 얼마를 오롯이 내 몫으로 남기고 얼마를 함께 쓰는 자리로 내줄 것인가—건물주가 결정하는 전용률과 똑같은 질문을, 이번엔 기업들 스스로가 사무실 안에서 던지고 있는 것이다.

로레알코리아는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의 임대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여부를 고민하다가, 결국 기존 공간을 완전히 새로 바꾸는 길을 택했다. 지정좌석제 대신 자율좌석제를 도입하면서 책상 사이 간격을 넓히고, 카페와 업무·미팅 기능을 겸한 다목적 공간을 크게 늘렸다. 하이브리드 근무로 출근 목적이 개인 업무보다 협업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개인 전용 좌석의 밀도는 낮아졌지만, 입주 이후 직원들의 만족도와 이용도는 높다는 평가다.
도요타코리아는 강남에서 을지로 센터원으로 사옥을 옮기며 면적을 기존보다 60퍼센트 줄였다. 대신 좌석 간격은 오히려 넓혔다. 영업직이 많은 조직 특성상, 직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기보다는 회의와 미팅을 위해 사무실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볼보그룹코리아는 한남동 본사의 업무공간을 다섯 개 층에서 세 개 층으로 줄였다.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자율좌석제와 열여섯 가지 콘셉트의 업무공간을 갖춘 하이브리드형 오피스로 재구성한 결과다. 1인 집중 업무를 위한 포커스룸과 듀얼 모니터 좌석을 두는 한편, 폴딩도어를 활용해 대규모 타운홀과 소규모 팀 회의 공간을 상황에 따라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콜롬비아스포츠웨어는 아예 상권을 옮겼다. 기존 사무실을 정리하고 성수역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업무공간 면적을 약 2,900㎡에서 약 1,000㎡로 크게 줄였다.
네 기업의 결정을 관통하는 흐름은 뚜렷하다. 계약면적을 줄이거나 전용면적의 밀도를 낮추면서도, 그 자리에 회의·협업·휴식 기능을 채워 넣었다는 점이다. 그들만의 전용률만 놓고 보면 후퇴처럼 보이는 선택이, 실제로는 공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읽힌다.
숫자 뒤의 착시
며칠 전 강남에 있는 한 B2B 유통 기업의 대표이사와 사무실 문제로 상담을 나눈 적이 있다. 직원이 200명에 달하는 이 회사는, 회의실과 미팅룸이 부족하다는 직원들의 요청이 이어지자 사무실을 더 넓은 곳으로 확장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 이 원고를 준비하며 눈에 들어온 자료가 하나 있었다. 국내 한 금융사의 사례였다. 임원 수는 전체 직원의 5퍼센트에도 못 미치는데, 임원실이 사무실 전체 면적의 2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1인당 면적으로 환산하면 9.9174㎡(구 3평)이 넘는 수치가 나오지만, 정작 직원들이 체감하는 업무공간은 비좁았다. 전용률이라는 평균값 뒤에는, 그 면적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었는지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는 셈이다.

미팅룸에 대해서도 비슷한 착시가 반복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여러 기업을 컨설팅한 경험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가장 부족한 시설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미팅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피크 시간대 미팅룸 점유율을 조사해 보면, 아무리 높아도 60퍼센트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느 외국계 IT 기업에서는 미팅룸 부족 호소가 쏟아졌지만, 정작 점유율은 43퍼센트에 그쳤다고 한다.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노쇼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내 눈앞에 보이는 미팅룸이 비어 있느냐”가 체감을 좌우할 뿐, 건물 전체의 실제 가동률과는 무관한 셈이다.
그래서 그 B2B 유통기업에는 확장 이전을 서두르기보다, 먼저 지금 쓰고 있는 회의실의 실제 점유율부터 들여다볼 것을 권했다. 체감과 실제 사용률 사이에 이런 간극이 흔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확장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용률이라는 질문
결국 전용률은 정답을 알려주는 숫자가 아니라, 질문과 고민이 시작되는 출발선에 가깝다. 이 조직은 몇 명이 동시에 출근하는가, 그들은 자리에 앉아 일하는가 아니면 만나서 일하는가, 회의는 얼마나 자주 열리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정리되기 전까지, 전용률은 이름 붙여지지 않은 몸짓과 같다. 그 숫자에 조직의 질문을 걸어 불러주고, 해석하는 순간—비로소 전용률은 우리에게 맞는 공간이 된다.
임대차 전문가의 역할도 이 지점에서 달라진다. 전용률이 높은 매물을 찾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숫자가 이 조직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함께 해석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질문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가, 실제로 업종과 조직 특성에 따라 사무공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그리고 그 답을 먼저 실행에 옮긴 몇몇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려 한다.

리맥스 마이스터 설인권 전무
필자가 몸담고 있는 리맥스 마이스터는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명동을 비롯한 서울의 중심 상업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1:1 부동산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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