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업무용 빌딩도 쪼개 분양 ‘섹션 오피스’…투자비 적고 환금성 높아 눈길
아파트 분양 시장에 불던 소형화 바람이 수익형 부동산 시장까지 불어닥치면서 빌딩을 쪼개 분양하는 ‘섹션 오피스’가 인기다. 과거 빌딩은 건물째 사고파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업무용 빌딩(오피스) 공실이 넘쳐나면서 다양한 규모로 쪼개 분양하는 곳이 늘었다. 큰 빌딩의 1~2개 층씩 나눠 팔기도 하고, 한 개 층을 더 작은 실 단위로 나누기도 한다. 분양 규모는 작게는 85㎡(25평)부터 크게는 330㎡(100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섹션 오피스는 2000년대 중반에도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신인터밸리24’, 대치동 ‘금강타워’, 삼성동 ‘랜드마크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비슷한 시기 분당신도시와 일산신도시 등 1기 신도시에서도 섹션 오피스가 유행했다. 그러나 주택 시장이 초호황기를 맞으면서 섹션 오피스는 아파트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섹션 오피스가 다시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을 활용한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인터밸리·금강타워 대표적
연 6~8% 안정적인 수익률 가능
접근성·공실률 꼼꼼히 따져봐야
섹션 오피스는 일반 빌딩이 통째로 매각되는 데 반해, 작은 규모로 공간이 나뉘어 매각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들고 투자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리 작은 규모 빌딩이라도 통으로 사들이려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섹션 오피스는 면적에 따라 최소 2억~4억원으로도 분양받을 수 있다. 통째로 건물을 살 때보다 환금성도 높은 편이다.
오피스텔 대비 임대가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섹션 오피스는 100% 업무용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오피스텔과 달리 실별로 화장실이나 주방 등 업무에 필요 없는 설비가 포함되지 않는다. 같은 공급면적이라도 오피스텔에 비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는 “임차인 입장에서도 근무 환경이 더 쾌적한 전용 오피스를 선호하기 때문에 오피스텔보다 임대하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섹션 오피스가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식산업센터는 정보기술(IT)이나 생명공학(BT) 등 입주 업종에 제한이 있다. 게다가 개인 투자자가 임대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매입할 수 없다.
반면 섹션 오피스는 제한이 없다. 규모가 작은 하나의 구획에 1개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부터 은행이나 금융회사 등 대규모 사무실이 필요한 업체에 오피스 소유자들이 함께 여러 구획을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7~8개 구획을 합친 1~2층을 한꺼번에 임대하는 식이다. 대규모 면적을 빌리는 회사일수록 규모가 크고 장기 임대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오피스 소유자에게도 이득이다.
강남권에서는 앞에 소개된 한신인터밸리24, 금강타워, 랜드마크 등이 구분등기한 섹션 오피스를 분양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현재 연 6~8%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가격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강남 일대 건물은 연면적 기준 3.3㎡당 1200만~1600만원 수준이다.
일례로 한신인터밸리24의 경우 연면적 기준 3.3㎡당 매매가가 1500만원 안팎이다. 82㎡(25평) 규모 오피스가 3억2000만~3억5000만원 선, 132㎡(40평) 규모 오피스가 5억7000만~5억8000만원 선, 330㎡(100평) 규모 오피스가 14억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역삼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건물 임대료는 82㎡ 기준 보증금 1500만원에 월 임대료 150만~160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강남권에는 거래 매물이 잘 나오지 않고 신규 분양이 예정된 곳이 없다. 대신 서울·수도권에 새로 조성되는 업무지구에 섹션 오피스 분양 상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송파구 문정지구 등에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지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입주가 예정돼 임대 수요가 예상되는 지역”이라고 전망했다.
섹션 오피스 분양이 가장 활발한 곳은 마곡지구다. 올 들어 마곡지구에선 ‘마곡센트럴타워(C6-4블록)’ ‘퀸즈파크나인(C7-2·3·4블록)’이 나란히 섹션 오피스를 분양 중이다. 두 곳 모두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에 위치하고 올림픽대로, 공항대로 이용이 수월해 교통이 편리하다. 장진택 이사는 “마곡지구에는 LG그룹 10개 계열사의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 입주가 예정돼 있어 배후 임차 수요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곡센트럴타워는 지하 3층~지상 12층 규모로 지어지는데 지상 1~4층엔 상가, 지상 5~12층엔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섹션 오피스로 분양 중인 업무시설은 전용면적 42~87㎡ 총 152실로 구성된다. 준공이 내년 하반기 예정이라 마곡지구 주요 기업의 입주 시점과 비슷하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800만원. 오피스 면적에 따라 1억8000만~3억5000만원 선이다.
퀸즈파크나인은 총 3개 동 규모다. 마곡센트럴타워와 마찬가지로 지하 1층∼지상 4층에는 상가, 5∼13층에는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최근 1개 동의 1개 층이 통째로 팔리는 대형 계약이 성사됐다. 업무시설은 전용 39∼106㎡ 총 290실로 분양가는 2억1900만∼5억2000만원 선이다.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에서는 서울 동부지방법원·동부지방검찰청사 정문 앞 3-2블록에 들어서는 ‘문정법조프라자’가 섹션 오피스를 분양한다. 3.3㎡당 분양가는 890만~1000만원 선이며 당장 오는 9월부터 입주 가능하다. 인근 3-3B블록에 들어서는 ‘문정화엄타워’도 작은 규모의 오피스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11층 높이 건물 중 5층은 교육연구시설, 6~11층은 법무, 세무 관련 서비스업 등의 업무시설로 구성된다. 입주 기업의 특성에 따라 일대일 맞춤형 공간 제작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섹션 오피스가 기존 업무용 빌딩보다 투자 진입 장벽이 낮기는 하지만 공실 위험 리스크는 똑같이 피해 갈 수 없다. 새로 조성되는 업무지구인 만큼 임대료 시세나 공실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공급이 과잉된 지역에선 공실이 속출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지는데 마곡지구나 문정지구도 예외일 수 없다. 투자에 앞서 투자 대상 오피스 인근에 같은 섹션 오피스 공급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등 공실 가능성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의 조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도로 등 교통 여건도 따져 봐야 한다.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사무실 수요가 적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오피스를 운영하는 만큼 한 빌딩 내에 소유주가 제각각이면 운영·관리나 리모델링이 필요할 때 애를 먹기도 한다. 이럴 땐 빌딩 전체를 위탁해 임대·운영해 주는 업체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섹션 오피스 분양’ 문구를 내걸고 홍보하는 곳이 있어도 오피스 실마다 경계가 명확한지, 층·호가 명시된 ‘구분등기’ 상품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구분등기가 된 오피스는 투자자가 소유권을 아파트처럼 사고팔 수 있다. 하지만 구분등기가 아니라면 오피스 빌딩이나 한 층이 ‘공동소유’로 묶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나중에라도 재산권을 행사하려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김성중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03호(2015.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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