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고가도로가 산업화의 상징으로 통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잿빛 철골 구조물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서울시에서는 고가 철거작업이 속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여름 30년 만에 철거된 약수고가도 마찬가지. 서울 금호터널과 장충체육관을 잇던 약수고가가 철거되고 반년이 지난 서울 신당동 약수 일대 분위기는 그야말로 시원하게 ‘뻥’ 뚫렸다. 스산했던 상권은 활기를 찾았고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 임대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방문한 약수역사거리 일대에는 이제 막 리모델링을 마친 5층 건물이 외관을 뽐내는가 하면 사거리 인근 160여개 점포가 낡고 오래된 간판을 LED 간판으로 대거 교체해 동네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이전에는 그림자조차 볼 수 없던 커피숍도 몇 개 된다. 오래된 빵집이 있던 자리에는 대형 커피숍 브랜드가 입점했고, 대각선 맞은편에도 경쟁 업체가 나란히 자리 잡았다. 자동차 정비소가 있던 자리에도 새 건물이 들어서고 인근에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맥줏집이 새로 들어섰다.
신당동 약수고가 30년 만에 철거
빌딩 매매가 오르고 원룸 공급 늘어
원룸 임대수익률 6% 이상 가능해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 보면 곳곳에서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신축 공사도 한창이다. 기존에 있던 단독주택이나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헐고 3~6층짜리 원룸, 투룸의 임대주택으로 새로 짓는 식이다.
신당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동호로길 주택가에서 공사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은 준공 전부터 방이 나왔는지 묻는 문의가 많다. 특히 개학을 앞둔 인근 동국대 학생이나 신혼부부, 싱글족들이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시세에도 반영됐다.
상가 건물은 매매가가 대폭 올랐다. 신당동의 또 다른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전에 대지지분 기준 3.3㎡당 5000만원 선이던 사거리 인근 상가 건물이 지금은 8000만원까지 뛰었다. 대로변 가깝고 목 좋은 곳은 3.3㎡당 1억원까지도 얘기되지만 건물 주인들은 절대 건물을 팔 생각이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신당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고가 철거작업이 시작되면서 건물 주인이 보증금을 2000만원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부담되는 게 사실이지만 요즘 한창 상권 분위기가 좋아 들어주려 한다”고 털어놨다.
신당동 내 단독·다가구주택 거래량도 부쩍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약수권역인 신당동에서 거래된 단독·다가구주택은 총 109가구다. 중구 전체 거래량(269건) 중 40%가 신당동에서 거래된 셈이다. 2012년 53건, 2013년 63건에 그쳤던 데 비하면 거래량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임대주택을 신축할 목적으로 단독·다가구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들썩이는 약수 분위기에 인근 아파트 매매가도 덩달아 상승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신당동 일대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2월 말 기준 3.3㎡당 158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551만원)보다 소폭 올랐다. 주로 1990~2000년대 초 사이에 지어져 낡은 단지들이 많은데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약수 일대 부동산은 앞으로도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약수 일대 부동산은 매매가나 임대료 상승이 가파르지는 않지만 나름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약수 일대는 신축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가나 임대주택 공급이 과잉될 염려가 없고, 시세 또한 안정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입지도 나쁘지 않다.
약수역세권은 서울 중심부인 데다 지하철 3·6호선, 인근으로 5·6호선 청구역이 통과할 정도로 교통 여건이 좋다. 특히 약수역이 있는 신당동은 동호대교와 인접해 강남 접근성이 좋고 강북권 중심인 용산과도 가깝다. 인근에는 지난해 개관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올 초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장한 장충체육관, 신라호텔과 신라면세점, 동국대, 국립극장, 공원 등 인구 유입 요소도 풍부하다.
김민수 알에셋자산관리 대표는 “약수 일대는 입지 여건에 비해 주거시설은 별로 없고 그마저도 노후된 주택·상가 위주여서 환경이 열악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가 철거를 계기로 리모델링이 진행되면서 신축 주택이 들어서고 상주인구가 늘면 자연스럽게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투자를 검토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신당10구역 재개발 등 정비 사업이 진행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도 일대 부동산 시장엔 호재다.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까.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은 크게 단독·다가구주택 부지를 사들여 직접 신축하거나 완공된 건물을 매입하는 방법이 있다.
주택지를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신축할 경우에는 부지 매입비와 건축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비는 설계, 시공, 간접비 등을 포함해 3.3㎡당 400만~500만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대지 규모 200㎡ 땅을 10억원에 사들이고 3층짜리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 12실, 5대 주차공간을 짓는다면 약 4억~5억원의 건축 비용이 들어간다. 각 실마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50만원을 받는다면 연간 5.7~6.2%의 임대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땅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면 수익률은 더욱 높아진다.
완공된 건물을 사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이 많지는 않다. 만약 지상 4층 규모, 원룸형 방 20실을 세놓을 수 있는 건물의 경우 약 20억원에 매입이 가능하다. 공실이 없다고 가정하고 20실에서 보증금 총 4억5000만원, 월 임대료 6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4.6%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저금리 대출(금리 3.6% 기준)을 이용해 5억~6억원을 대출받으면 5% 이상의 수익률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
상가도 마찬가지다. 다만 약수역 일대 상가는 구분등기된 곳이 거의 없어 상가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야 하는데 투자금이 크고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거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매물을 기다려봄직하고 매물이 있더라도 투자금 대비 임대수익률을 꼼꼼히 계산해 봐야 한다. 노후 건물이 많은 만큼 리모델링이나 보수 비용까지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의 귀띔이다.
그럼에도 상가 투자를 원한다면 약수고가가 철거되면서 상권 지도가 바뀐 점을 염두에 두는 게 낫겠다. 가령 고가 아래 횡단보도 위치가 바뀌면서 권리금이 반으로 깎이거나 매출이 평소의 3분의 2에 못 미치는 점포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점포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들어선 덕분에 분위기가 반전된 곳도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같은 약수역세권이어도 출구에 따라 상권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 상가 투자에 앞서 유동인구와 소비층을 좀 더 세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97호(2015.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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