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언젠가는 점포를 정리할 때가 온다. 이때 임차인은 새로운 임차인에게 시설과 영업을 넘기고 권리금을 받아, 그동안 들인 비용과 노력의 가치를 회수하고자 한다. 그런데 임대인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다른 사람에게는 임대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직접 사용할 겁니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도 임대인이 계약해 주지 않겠다고 하니, 사람을 구하는 일부터 막막해진다. 결국 신규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면 권리금에 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는 것일까.
1. 원칙: 새로운 임차인을 소개해야 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호한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을 직접 돌려주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이 될 사람을 임대인에게 소개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2. 예외: “누구를 데려와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우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소개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면, 실제로 사람을 구해 소개하지 않았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이 다룬 사건이 그렇다.
임대인은 임대차가 끝나면 점포를 아들의 커피전문점으로 사용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임차인은 내용증명을 보내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해 달라고 요청했고, 직접 사용할 계획이라면 그 뜻을 확실히 밝혀 달라고 했다. 임대인은 점포를 돌려받은 뒤 직접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임차인은 그 답변을 받고 새로운 임차인을 찾던 일을 중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까지 임차인에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임대인이 이미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는데도, 불필요한 일을 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임대인이 단순히 “계약이 끝나면 나가 달라”고 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예외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임차인을 소개해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했는지를 대화 내용과 당시 상황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3. 권리금 계약서의 사전 작성은 필수인가

또 하나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권리금 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했는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대법원은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되어 있어야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39608 판결이다. 실제로 가게를 인수하려는 사람은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인지, 얼마나 오래 영업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 뒤 권리금을 결정한다. 임대인과 임대차조건을 협의하면서 권리금도 함께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임대인이 처음부터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면 권리금 계약도 진행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권리금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의 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4. 최소한 권리금 계약체결은 예정되어 있어야 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권리금 계약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해당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 임차인과 새로운 임차인이 권리금으로 무엇을 넘길지, 어떤 시설을 인수할지조차 전혀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사정을 살펴보니 애초에 두 사람 사이에 권리금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즉, 계약서가 없어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는다는 것은 다르다.
따라서 임대인이 권리금을 받을 기회를 어떻게 막았는지, 그 때문에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를 설명하고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하다. 임대인이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임차인은 새로운 임차인을 소개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임대인의 답변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내용증명이나 문자메시지, 대화 녹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게를 내놓은 자료나 인수 희망자와 권리금을 협의한 내용도 보관할 필요가 있다. 권리금을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임대인의 거절 때문에 무엇이 중단되었는지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인도 “내가 직접 쓸 것이니 권리금 문제는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직접 사용하겠다는 말이 새로운 임차인과의 계약을 분명히 거절한 것으로 판단되면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5. 결론

신규임차인을 소개하지 못했거나 권리금 계약서를 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권리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권리금을 받을 기회를 막았는지 여부이다. 그 판단을 위해서는 서로 어떤 말을 주고받았고, 어떤 과정에서 권리금 회수가 막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중요한 것이다.

김선진 변호사
필자는 지난 10여년간 상생에 입각해 프랜차이즈 분쟁을 조정하며 프랜차이즈 본래 모습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KLF는 프랜차이즈 소송만 매년 100건 가까이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 프랜차이즈 기업에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최고 프랜차이즈 전문 로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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