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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불황에 빈방 늘어나는 빌딩…"세입자님, 갑으로 모실게요"2016-10-10 05:04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A빌딩 옥상에는 정원과 함께 소규모 미팅과 세미나가 가능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제공=해당 빌딩 관리업체.
#서울 역삼사거리에 위치한 A빌딩은 오피스 빌딩이 즐비한 인근에서도 공실률이 5% 이하로 낮은 건물로 손꼽힌다. 금융·서비스업체가 주로 입주한 빌딩 옥상에는 야외정원은 물론 소규모 미팅, 세미나가 가능한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오피스 빌딩에 주로 쓰이는 딱딱한 화강석 내부 마감재도 목재패널을 사용해 리모델링해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오래된 건물로 선호도가 다소 떨어졌던 빌딩은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공실이 거의 없는 상태다.

#경기 판교의 B빌딩 소유주는 건물을 짓는 단계부터 공실을 줄이기 위해 차별화된 설계를 고심했다. 손쉽게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맡길 수도 있지만 소유주가 직접 유럽 주요 도시를 돌며 비슷한 중소형 규모 빌딩들을 두루 살폈다.

건물 외관부터 인테리어, 내부시설 등에 이 같은 경험을 녹인 빌딩은 지어지자마자 임차인 유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5~6% 이하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도심 오피스 빌딩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건물주들이 공실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일부 프라임급을 제외한 중소형 빌딩의 공실이 크게 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임차인을 유치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9일 부동산 투자컨설팅업체 리맥스코리아가 지난달 서울 소재 주요 오피스 빌딩 354개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공실률이 17.3%에 달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임차인의 수요가 높았던 강남 지역조차 테헤란로 일부 프라임급을 제외한 중소형 빌딩 대부분이 20%가 넘는 공실률을 나타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갈수록 사무실 규모와 인력을 축소하고 있는 데다 비용절감을 위해 외곽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판교, 광교, 동탄 등지로 옮겨가는 회사들이 늘면서 오피스 수요가 계속해서 분산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재택근무가 늘면서 기업 내 사무직 종사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는 "임대시장은 계속되는 불황으로 소위 임차인이 '갑'인 시장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며 "입지여건이 나쁘거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빌딩은 도태되기 때문에 건물주들도 차별화된 임차인 서비스로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역삼동의 C빌딩은 꾸준히 낮은 공실률을 유지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비결은 강남 지역에서 주차여건이 가장 좋은 빌딩이라는 정평을 받고 있을 정도로 잘 갖춰진 주차 서비스 때문. 넉넉한 주차공간을 갖춘 데다 100% 자주식으로 운영되며 주차비용도 강남 인근에서 매우 저렴한 편이라는 평가다. 각 입주기업 대표이사의 고정 주차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서초동 D빌딩 소유주는 업무와 관련된 전기, 인터넷 등을 '무결점' 상태로 철저하게 유지·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빌딩 곳곳에 여직원 전용 휴식공간을 마련해 두고 정기적으로 그림 등 전시회를 열거나 화장실이나 복도를 고급스럽게 개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한 빌딩관리업체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빌딩만 지어놓으면 임차인이 알아서 들어 오니까 건물주가 '갑'이었지만 이젠 뒷짐 지고 있으면 제대로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장 이사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공실을 채울 만한 수요가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며 "렌트프리(일정 기간 무상 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임차인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갖춘 빌딩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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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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