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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매일경제] [special report 2]공급과잉에 수익률 폭락2014-05-09 16:29

[special report 2]공급과잉에 수익률 폭락 오피스빌딩 수급 조절하고 노후빌딩 가치 높여라

 

잠실 제2롯데월드·한전 부지 사옥 등 대형빌딩 공급 줄줄이 

외국계 자본 투자 줄고 가산디지털단지 사무실 경매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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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테헤란로 오피스빌딩 모습.



# 서울 강남구 역삼동 100㎡(30평) 사무실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정 모 씨(48)는 요즘 경기도 일대로 사무실을 옮길까 고민 중이다.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월세만 매달 300만원씩 꼬박꼬박 내야 해 운영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 씨는 “월세가 저렴하고 교통이 좋은 경기도 테크노밸리로 사무실을 옮길까 고민 중이다. 직원들만 불편하지 않다면 당장 사무실을 이전해 비용 절감에 나설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인근을 지나다 보면 수십 층짜리 고층빌딩 3동이 눈에 들어온다. 글로벌 금융그룹 AIG가 1조5000억여원을 투입해 2012년 말 완공한 IFC빌딩이다. 건물이 완공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겉만 번지르르할 뿐 빈 사무실이 수두룩하다. 가장 먼저 완공된 ‘One IFC’빌딩은 100% 임대됐지만 나머지 빌딩은 사정이 심각하다. ‘Two IFC’는 아직도 30%가량이 비어 있고 ‘Three IFC’에는 입주기업이 전무하다. 오후 6시 퇴근시간 무렵에도 Three IFC 입구에는 유동인구를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인근 전경련회관 터에 새로 들어선 50층짜리 ‘FKI타워’ 역시 지난해 말 완공한 이후 40%가량이 빈 사무실로 남았다. 여의도 A중개업소 관계자는 “IFC, 전경련회관이 들어설 때만 해도 기업들이 꽉꽉 들어찰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증권 시장 침체로 빌딩마다 ‘For Lease’ 팻말을 내걸어 임차인 모집에 한창인데 새 빌딩이라고 별수 있겠느냐. 임대료를 대폭 낮추지 않는 한 당분간 공실을 채우긴 어려워 보인다”고 털어놓는다. 

오피스 침체 얼마나 심각한가 

여의도 공실률 20%까지 치솟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오피스빌딩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대기업들이 보유한 빌딩을 급매물로 내놓는가 하면 대형 빌딩마다 빈 사무실이 넘쳐나면서 ‘임차인 모시기’에 안간힘을 쓴다. 도심 이면도로 중소형 빌딩은 사무실 절반가량이 공실로 남은 경우도 수두룩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없어서 못 들어갔던 구로, 가산디지털단지 사무실 매물조차 요즘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신세다. 불황에도 잘나갔던 오피스 시장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빌딩자산관리업체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서울 시내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8.3%였다. 2010년(4.4%)과 비교해 거의 2배가량 오른 수치다. 강남, 여의도, 도심 어느 곳 하나 분위기가 좋은 곳이 없다. 

부동산컨설팅업체 리맥스코리아 자료를 보면 서울 도심권에선 페럼타워, 센터원 등 대형 오피스빌딩 공급이 쏟아지면서 1분기 공실률이 15.8%에 달했다. 강남권 공실률도 2011년 1분기 10.9%로 10%대에 진입한 후 줄곧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올 1분기 공실률은 13.4%로 치솟았다. 여의도는 최근 IFC 3개 빌딩, 전경련회관이 들어서면서 공실률이 무려 18.2%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15.2%)와 비교할 때 3%포인트나 올랐다. 

신희성 리맥스코리아 사장은 “주식 시장 침체로 국내 증권사들이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데다 외국계 증권사들까지 잇따라 철수하면서 여의도 오피스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근 상암DMC 일대에 올해만 31만㎡ 오피스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우려한다. IFC, 전경련회관에 이어 여의도 MBC 맞은편 파크원까지 준공하면 향후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은 얼마나 더 치솟을지 모른다. 

지방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구, 광주 등 지방 주요 광역시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3%에 달한다. 빌딩 주인들마다 자칫 빌딩 가치가 헐값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잠 못 이루는 모습이다. 덩달아 오피스빌딩 수익률도 추락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은 1.45%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할 때 0.08%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늘고 수익률도 줄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임대료는 오히려 증가세다. 올 1분기 서울 전체 환산임대료는 3.3㎡당 10만6688원으로 지난해보다 2.5% 상승했다. 여의도 역시 9만6640원으로 무려 6.3% 올랐다(오피스빌딩거래업체 젠스타 자료). 공실률이 높은데도 임대료가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실에 시달리는 빌딩 주인들이 임대료를 낮추기보단 일부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빌딩 임대 시장에선 ‘렌트프리(연 2~3개월 무료 임대)’ 조건을 내거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여의도 이면도로 빌딩 관리소장 K씨는 “지난해부터 3개층이 비었지만 도무지 입주하려는 수요가 없다. 아예 1년에 세 달 치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조건을 내걸어도 마찬가지다. 이러다 빌딩 매매가격까지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국내 오피스 시장은 한때 공실률이 2%에 못 미치는 ‘완전 임대 시장’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예 임차인들이 월세 대신 전세를 요구해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전세 매물도 넘쳐난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빌딩 가치가 떨어질까 우려해 전세 임대 사실 자체를 쉬쉬하는 분위기다.”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 얘기는 오피스 시장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피스 시장 찬바람 부는 이유 

수요 줄었지만 대형빌딩 공급 급증   

오피스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공급물량이 급증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오피스빌딩 총면적은 2004년부터 10년여간 매년 2.8%(112만㎡)씩 증가해 지난해 5155만㎡에 달했다. 총면적 1만㎡짜리 오피스빌딩이 매년 112개씩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에만 그랑서울(17만6000㎡), 연합미디어센터(4만7000㎡) 등 연면적 109만㎡ 규모의 신규 오피스빌딩이 들어설 정도로 공급이 넘쳐났다. 

올해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자산관리기업 메이트플러스에 따르면 연말까지 서울에서 새로 완공될 오피스빌딩은 102만㎡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서울 대치동에 SK네트웍스 사옥이 들어섰고 상반기에 잠실역 인근 향군잠실타워가 준공될 예정이다. 연말에는 광화문에 25층짜리 KT 신사옥이 들어서는 등 초대형 빌딩 여러 곳이 완공을 앞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잠실 제2롯데월드 초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전남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전 삼성동 부지에 대기업 사옥이 들어서면 공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오피스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수요가 공급을 뒷받침할지 의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A급 오피스빌딩이 서울 곳곳에 들어서면서 입지가 나쁘고 노후된 B, C급 빌딩이 입주자에게 외면받아 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서울 오피스빌딩에 자리 잡은 대기업들이 임대료 부담 탓에 수도권으로 대거 사무실을 옮겼다. 특히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국내 대표 IT기업들이 줄줄이 판교 등지로 빠져나가는 분위기다.

지난 2012년 카카오는 서울 역삼동 C&K빌딩에서 판교테크노밸리 H스퀘어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를 필두로 IT업체들의 ‘탈(脫)강남’ 러시가 이어졌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 서울 삼성동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판교테크노밸리 신사옥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엔씨소프트가 있던 서울 삼성동 빌딩은 현재 절반 이상이 공실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넥슨도 지난해 말 서울 삼성동 태보역삼아이타워에서 판교테크노밸리 신사옥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SK플래닛은 지난해 말 중구 삼화타워를 떠나 판교 신사옥에 자리를 텄다. IT업체뿐 아니라 금융사들도 임대료 부담 탓에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려는 분위기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기업, 금융사들이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사무실 공간을 줄이는 데다 서울 공공기관들이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도 오피스 시장 침체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윤여신 CBRE코리아 상무는 “내수 경기에 민감한 금융사들이 사무실을 재계약할 때 임대료는 물론이고 보증금까지 낮추려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무실의 최대 수요처로 꼽히는 금융권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오피스빌딩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털어놓는다. 

셋째, 국내 오피스빌딩에 러브콜을 보내던 외국 자본조차 한국을 떠나는 분위기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오피스빌딩을 매입한 외국 자본은 1조2381억원 규모였지만 2012년 9280억원, 지난해 8000억원으로 감소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오피스빌딩 공급이 늘고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수익률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외국계 빌딩거래업체 관계자는 “빌딩 투자로 예전만큼 큰돈을 벌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국 자본들이 한국 오피스 투자를 주저하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넷째, 실물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들이 주로 몰려 있던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는 요즘 사무실 경매가 쏟아진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산디지털단지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 경매 입찰건수가 42건으로 최근 10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경매건수가 1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한다.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이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하거나 사무실 자체가 경매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심지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은 오피스빌딩 매각에 한창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오피스빌딩과 종로구 신문로 사옥을 매각했다. 매각대금만 200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건설도 서초구 양재동 빌딩을 2615억원에 팔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알짜 자산인 오피스빌딩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오피스빌딩 투자 가치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건설사들이 매각에 적극적인 이유”라고 전했다. 

전망도 어둡다. 경기 침체 여파로 빌딩 임차 수요가 늘어나기 어려운 탓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사옥으로 쓰던 빌딩을 매각하고 서울 핵심지역 신규 빌딩으로 이전하지만 오히려 기존 빌딩이 대거 공실로 남는 것도 문제다. 경기가 회복되거나 2000년대 초 벤처 열풍처럼 기업 창업 열풍이 불지 않는다면 빌딩 시장이 영영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크다. 

김민수 알에셋자산관리 사장은 “여의도, 도심권 오피스빌딩 공급이 급증해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실물경기가 최악이라 대부분 기업이 임차비용이라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만큼 당분간 공실률이 줄어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한쪽에선 아직까지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빌딩 투자 가치가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피스빌딩 수익률이 떨어졌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여전히 빌딩만 한 장기 보유 안전 상품이 없다. 실제로 공실률이 늘어도 빌딩 매매가격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 금융시장 기관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알짜 오피스빌딩을 찾고 있어 당분간 오피스 매입 수요는 꾸준할 것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얘기다. 

오피스 시장 활성화 해법은 없나 

기존 빌딩 리모델링하고 외자 유치 

오피스빌딩 공실률을 줄일 해법은 없을까. 일단 정부, 지자체가 나서서 오피스빌딩 수급 조절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금처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대형 오피스빌딩이 잇따라 들어서면 공실률이 더욱 치솟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신희성 사장은 “빌딩 한 동이 들어서려면 각종 인허가, 부지 조성을 포함해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급 균형을 맞추긴 쉽지 않다”면서도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정부, 지자체가 나서서 장기적인 수급 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일종의 쿼터제를 실시하는 등 대형 빌딩 신규 허가물량을 조절하는 게 절실하다. 펀드 등 자본 시장 투자를 통한 대형 빌딩 공급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무작정 신규 빌딩만 지을 게 아니라 기존 오피스빌딩 가치를 높이는 것도 해법으로 꼽힌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낡은 오피스빌딩 공실을 줄이려면 정부가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내놓아야 한다. 빌딩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냉난방비를 줄일 경우 세금을 감면해준다면 노후 빌딩 공실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빌딩을 공급할 때 단순히 업무기능에 한정 짓지 말고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를 가미해 신규 임차 수요를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을 대거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제르바이잔국영석유기금(SOFAZ)은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파인애비뉴 오피스빌딩 A동을 4억4700만달러(약 4775억원)에 매입했다. 올 들어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거래된 빌딩 매매 중 최고가다. 2011년 완공된 파인애비뉴 빌딩은 지하 6층, 지상 25층 규모다. 

빌딩 매입을 대행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중동계 석유펀드가 한국 오피스 시장에 투자한 첫 번째 사례로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한 데다 오피스 시장 매력이 높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오피스 시장이 침체됐지만 대형 빌딩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참에 빌딩 관련 통계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국토부가 공실률 통계를 내긴 하지만 표본이 많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 민간업체 공실률 통계도 제각각이다. 아파트처럼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오피스 수급 예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사장은 “중소기업 법인세를 감면하고 규제를 푸는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빌딩 임대 시장도 자연스레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6호(05.07~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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