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의 집값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파르게 치솟아, 이제는 부모의 재정적 도움없이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한때는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차근차근 보금자리를 넓혀 가던 시절 있었지만, 오늘의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그런 출발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주거비 부담은 커지고 삶의 기준과 가치관은 변하면서, ‘단칸방 신혼’은 낭만보다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근에는 부모 명의의 주택을 무상으로 빌려 쓰거나,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임차하여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겉보기에는 경제력 있는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당연한 도움 같지만, 세법의 잣대 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상 또는 저가 임대를 증여로 보아 이에 따른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주거 형태가 불러오는 증여세 과세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
1.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하는 경우
타인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함에 따라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무상사용을 개시한 날을 증여일로 보아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하여 증여세가 과세된다. (상증법 §37) 한편, 부동산 무상사용에 따른 이익 상당액은 아래의 산식에 따라 5년치 임대료 상당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에 대하여 한꺼번에 증여세가 과세되는데,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과세되지 않는다. (무상사용기간이 5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무상사용을 개시한 날부터 5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새로 해당 부동산의 무상사용을 개시한 것으로 본다.)
- 부동산 무상사용 이익=부동산가액*2%*3.7907(5년치 연금현가계수)
즉, 역산해보면 부동산 시세가 약 13억원 이하이면 부동산 무상사용 이익이 1억원 미만이므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지만, 약 13억원을 초과하면 무상사용 이익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는 셈이다. 다만, 1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부동산 소유자인 부모와 함께 거주한다면 무상 사용에 대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을 수 있다.
2.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을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임대하는 경우
그렇다면 자녀에게 소액의 보증금이나 월세를 받았다면 어떨까? 시세 대비 낮은 임대료를 지급받는 경우 상증법 제42조에 따라 적정 임대료와 실제 지급한 임대료의 차액에 대하여 1년 단위로 증여세가 과세된다. 단, 그 차액이 적정 임대료의 30%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과세되므로 자녀가 부모에게 해당 임대료의 70% 이상을 임대료로 지급한다면 증여이슈는 발생하지 않는다.
적정 임대료라 함은 불특정다수 간 통상적인 지급대가가 원칙이며, 불분명한 경우 부동산시세의 2%를 적정 임대료로 본다. 만약 대가의 전부 또는 일부로 임대보증금을 수취하였다면 임대보증금에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이자율(정기예금이자율, ‘25년 기준 3.1%)만큼 임대료로 수취한 것으로 본다. 간단한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앞서 언급했듯, 저가 임대로 인한 증여 이슈는 1년 단위로 발생하고, 증여일 전 10년간의 증여액과 합산해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그 결과, 매년 발생하는 증여세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12억원 상당의 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했다면 아무런 증여세 부담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이, 임대료를 일부라도 받는 바람에 오히려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거래 구조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부동산 무상 혹은 저가 임대는 흔한 가족 간 지원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이를 간과했다가 예상치 못한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주택에 국한해 살펴보았지만, 주택 이외의 상가건물 등이라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문제까지 더 복잡하게 얽혀 있을 수 있다. 불필요한 세금 부담을 피하려면 사전에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여 세법상 위험요소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세무회계 남정의 대표 세무사로, 양도·상속·증여 등의 재산제세와 가업승계 컨설팅, 세무진단을 전문으로 한다. 다수의 상담과 절세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세법을 알기 쉽게 풀어내며, 실무와 법리를 겸비한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세금 문제 해결을 넘어 지속가능한 재산 관리와 경영의 미래까지 함께 고민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세무회계 남정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6, 318호(010-8639-7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