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9월 22일 10: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집 정보 신뢰도 떨어져...美 마케팅 차원 공개 적극
사회 = 정보 수집의 한계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은 거 같다. 제대로 된 통계가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채욱 = 젠스타는 한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관한 충실한 기초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그러나 스스로 이 자료를 100% 신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조사 방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보의 표본 선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빌딩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폐쇄적이다. 그 정보가 사실인지, 조작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젠스타는 전국 각 지역의 삼성생명빌딩 100여 개를 관리한다. 그렇다고 관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지 못한다. 이유는 다른 조사기관인 경쟁업체에 날 것 그대로 내부 정보를 줄 수 있는 토양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피스빌딩 시장의 큰손인 연기금도 마찬가지이다. 내부에서 서로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정보가 새 나가서 괜히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고민은 이렇게 폐쇄적인 상황에서 수집된 정보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장진택 =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는 전국 아파트 시세는 신뢰도가 높다. 오피스빌딩의 경우 민간기업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조사 방식 자체가 불투명 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자인 임대인과 관리소장 등을 통한 정보 취합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객관적 조사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왜곡된 정보가 여과 없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 노출된다. 객관적인 자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정성진 = 젠스타, 쿠시먼 등의 시장 조사는 일정 부분 체계적이다. 나름 잘하고 있다. 현장에 있다 보면 종종 리서치 담당 직원들이 찾아온다. 현장에 나온 직원에게는 거짓말 못한다. 그들이 다 보니까 사실대로 말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업체들이 유선으로만 조사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경우에는 신뢰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오른쪽)는 오피스 빌딩 업계에서 발행하는 마켓리포트가 정보 수집의 한계로 인해 신뢰도가 훼손 됐다고 주장한다.(왼쪽은 윤여신 젠스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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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정보 수집을 전적으로 임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미국 등 글로벌시장 정보는 상당히 정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윤원섭 = 공실률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 국내 빌딩주들은 도면조차도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를 꺼린다. 임차를 하려면 도면이 필요한데 공개를 안 한다. 여기에는 부동산 정보가 타인에게 알려지는 걸 싫어하는 우리 정서가 배어 있다. 하지만 서양은 마케팅 일환으로 향후 발생할 공실률까지 미리 알려준다. 이는 건물주가 직접 임대를 하지 않고 외부에 위탁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건물 관리 업체는 공실을 채워야 실적을 낸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임차인을 모은다.
특히 재계약을 앞두고 있을 경우 90% 이상 정교한 자료가 제공된다. 각 입주사의 임대기간 종료 시점, 임차료 등이 담겨 있다. 한국은 그게 안 된다. 공실이 많다고 임차인을 빼가거나 임대료를 낮출지 걱정부터 한다. 그래서 건물주가 공실률이 20%이상 치솟아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외부에는 허위로 공실률을 공개한다.
임채욱 = 지난 3월 뉴욕에서 메이저 부동산 리서치 회사 관계자를 만났다. 직원 200여 명 가운데 일부가 미국 50개주 전역의 오피스빌딩, 리테일 부동산, 창고 등을 조사해 발표한다고 했다. 소수가 매달리지만 정보가 충실하다. 이는 빌딩을 관리하는 전문 PM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빌딩을 잘 관리하고, 임대료를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남의 정보를 알기 위해 자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빌딩 정보가 유통된다. 서로 마케팅을 잘 해보자는 취지다. 결국 인식의 차이다.
◇임차인 모시기 '렌트프리' 급증...매매가 강세
사회 = 정보 접근의 한계가 임대료 등에 실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나.
윤여신 = 지방의 경우 임대료 왜곡 현상이 심하다. 임대료를 보증부 월세가 아니라 평당 가 기준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관리비가 임대료 보다 비싼 곳도 있다. 지방 건물 관리하면서 설득도 많이 한다. 자기 정보를 공개해야 훨씬 유리하다는 걸 강조하고 인식을 자꾸 바꿔줘야 한다. 전국 평균 임대료 인상률은 연간 3%가 안 된다. 물가 인상도 반영이 안 되는 계약들이 수두룩하다. 건물주는 매년 적자다. 거기에 해마다 렌트프리를 준다.
일반적으로 A급 빌딩이 신축되면 프라임급 빌딩 임차인을 데려와야 한다. 그래야 임차인이 추가 부담 없이 이전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B급, C급에서 A급 빌딩으로 옮겨온다. 당연히 임대료가 늘 수밖에 없다. 임차인의 추가 지출 비용을 어쩔 수 없이 렌트프리로 보존해준다. 그러면 프라임급에서 이전하는 임차인은 난리다. 이래저래 렌트프리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임대료 등을 이유로 사무실 이전이 늘면서 서울 도심의 전통적인 임차 업종의 벽이 깨졌다.
| 윤여신 젠스타 대표(왼쪽)는 랜트프리가 발생하면서 전통적인 서울 도심의 임차 업종의 벽이 허물어 졌다고 말한다.(오른쪽은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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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매매가격은 어떤가.
윤여신 =임대인들이 장기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10년 계약을 하거나 혹은 5년 계약에 추가 연장 조건을 단다. 장기간 임차 계약 후 렌트프리를 주고 계약조건에 따라 임대료를 올려 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빌딩 원매자 입장에서는 향후 임대료가 오르기 때문에 투자 유인이 있다.
장진택 = 렌트프리를 조사한 적이 있나.
윤여신 = 조사했다. PM사들에게 너무 많이 퍼주지 말라고 했다.
윤원섭 = 렌트프리의 계약조건이 중요하다. 5년 계약해서 10개월 치를 받는 것과, 10년 계약해서 10개월 치 받는 것은 다르다. 계약기간이 중요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혼선이 생긴다. 렌트프리 외에 인테리어 비용 등을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커 보일 수도, 작아 보일 수도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렌트프리를 몇 개월 더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실질적으로 계약 기간 내에 내는 비용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빌딩주들은 리스크 헤지와 임대료 상승효과를 누리기 위해 연 초에 렌트프리를 반영하는 걸 좋아한다. 사정에 따라 연말에 보장하는 경우도 있다.
장진택 = 렌트프리는 임차인들이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마냥 감춘다고 숨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좌담회 3편에서 이어집니다.
원문 링크 : http://www.thebell.co.kr/front/free/contents/news/article_view.asp?key=20140922010003125000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