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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매일경제] [Real Estate]공실 넘쳐나는 여의도 오피스…공실률 17.5% ‘렌트2014-02-17 09:09

여의도에 대형 오피스빌딩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 류준희 기자>

“임차인들이 가끔 찾아오긴 하는데 임대료 인하 또는 ‘렌트 프리(Rent Free·일정 기간 무상임대)’ 보장 등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어 계약이 쉽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서울 여의도역 인근 이면도로에 위치한 S빌딩 관리소장 김 모 씨(64)는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지난해 여름 공실이 된 S빌딩의 세 개 층이 7개월째 비어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깎아주고 각종 편의시설 사용료를 받지 않는 등 갖가지 혜택을 내걸어도 도무지 찾아오는 이들이 없다. 김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사무실이 부족해 임대료가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좋은 입지에 신규 오피스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우리 같은 중소형 빌딩은 웬만해선 임차인 채우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여의도 오피스빌딩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전경련회관 등 초대형 빌딩이 연이어 준공되면서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린다. 

빌딩 전문업체 리맥스와이드파트너스가 지난해 4분기 여의도지역 오피스빌딩 127동을 조사한 결과 공실률이 무려 17.5%에 달했다. 여의도지역 오피스 공실률을 조사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여의도 오피스 공실 사태는 사실 몇 년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IFC, 전경련회관 등 대형 빌딩이 속속 완공되면서 2011년 하반기부터 이런 조짐이 두드러졌다. 공실률이 어느새 20%를 바라보고 있지만 앞으로 공실률은 더욱 늘어날 우려가 크다. 특히 임대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소형 빌딩은 직격탄을 맞는 분위기다.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이 늘면서 오피스 임대료 상승 폭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여의도 오피스빌딩의 3.3㎡당 명목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기준 5만357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명목 임대료 5만2816원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지만 한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를 감안한 실질 임대료는 오히려 하향세다. 

요즘 신규 오피스빌딩들은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1년에 평균적으로 2~3개월 정도 렌트 프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을 감안하면 여의도의 실질 임대료는 명목 임대료 대비 17~25% 정도 낮다. 연간 1개월 렌트 프리 제공 시 월세 8%가량 인하 효과가 있다. 

실제로 상당수 여의도 빌딩주들은 직접적인 임대료 인하보다는 렌트 프리 등 옵션 제공에 적극적이다. 우회적으로 임차인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임대료 인하보다 옵션 등을 제공하는 것이 빌딩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오피스 공급과잉과 공실률 증가에 따라 계약조건이 점차 임차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레 여의도 빌딩 주인들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사의
IFC·전경련회관 준공으로 공실 급증 

몇 년 전만 해도 여의도 오피스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서울 도심, 강남과 비교해서도 빈 사무실이 많지 않았고 주요 증권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 수요 덕분에 4~6%대의 공실률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호조세를 보여 왔다. 자연스레 임대료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의도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던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여의도 주요 수요층은 금융사, 방송사와 관련 업체, 각종 협회와 단체 등으로 이들 회사 대부분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이 쉽지 않다. 증권·보험·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여의도에 소재한 데다 금융사 본점 또한 다수 포진해 있어 정보 유통, 업무 제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여의도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KBS·MBC 등 방송사와 연관 업체도 여의도 오피스 시장의 탄탄한 수요 버팀목이다. 특히 메이저 방송사 외에 중소 규모의 프로덕션, 광고회사 등이 중소형 빌딩 임차인 풀을 형성하면서 여의도 중소형 빌딩은 서울 도심, 강남에 비해 안정적인 공실 흐름을 보여 왔다. 

이 같은 여의도 오피스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IFC 빌딩이 새로 문을 열면서다. 사업비 1조541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이 빌딩은 부지 3만3058㎡에 건축연면적 50만4880㎡ 규모의 복합건물을 신축하는 사업으로 오피스 3개동(29·32·55층)과 호텔(콘래드서울 38층), 복합쇼핑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업 초기부터 여의도 오피스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대역사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막상 준공된 지 1년이 되도록 오피스 3개동 중 1개동은 불이 켜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규모(55층)인 세 번째 동의 임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IFC 측은 “전략상 Two(두 번째 빌딩)의 입주가 완료된 이후에 Three(세 번째 빌딩) 입주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IFC의 임차인 유치가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다행히 One(첫 번째 빌딩)은 대부분 오피스 수요를 채웠지만 Two는 임대율이 약 5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의도 랜드마크 오피스빌딩인 IFC마저 임차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의도는 도심이나 강남과 비교해 임차인 풀과 이전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오히려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시 말해 기존 대형 빌딩에 이미 다양한 기업, 기관들이 들어서 있어 굳이 신규 수요가 창출될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특히 IFC 같은 신규 대형 빌딩은 기존 빌딩보다 임대료가 높아 신규 입주사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IFC 외에도 지하 6층에 지상 50층, 연면적 16만8681㎡ 규모의 전경련회관이 이미 완공됐고 머지않아 여의도 MBC 맞은편 파크원까지 준공하면 향후 여의도 오피스 시장은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만성적인 초과공급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증권업계에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도 오피스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또한 여의도 오피스 시장의 대체지역으로 꼽히는 상암지구에 오피스 공급이 잇따라 이뤄지는 것도 변수다. 상암DMC지역에는 올해 서울 단일 지역으로는 최대치인 31만㎡가 공급될 예정이다. 2007년 58만㎡ 공급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서울 시내 다른 오피스 밀집지 상황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여의도뿐 아니라 도심 일대에도 대형 빌딩 공급이 늘면서 공실이 급증한 만큼 당분간 여의도가 반전의 기회를 잡긴 어려워 보인다. 임차 수요가 탄탄했던 도심마저 공실률 상승, 임대료 하락에 허덕이면서 임차인들 입장에선 오피스 선택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오피스 업계 한 관계자는 “길게는 3~4년간 현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거나 과거 2000년대 초 벤처 열풍같이 신규 법인들이 활발하게 생겨나지 않는다면 대규모 공급 물량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올해 오피스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자산관리 전문기업 메이트플러스에 따르면 2014년 서울 오피스 공급 물량은 102만㎡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급과잉이 우려됐던 2010~2013년 연평균 공급량 109만㎡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공실률이 상승하기 시작한 2012년 공급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10년간 연평균 공급량인 99만㎡보다 많다. 

빌딩은 각종 부동산 상품 가운데서도 공급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각종 인허가와 부지 조성부터 따지면 빌딩 한 동이 들어서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몇 년 새 수요, 공급의 균형점을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의도 오피스 시장의 공급초과 현상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 지역 시장의 상대적 호조세에 힘입어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파트는 정부가 용지공급 등을 통해 수급 조절을 하지만 업무용 빌딩은 지자체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허가를 내줘 우후죽순 들어서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빌딩 시장은 충격이 한꺼번에 오는 등 출렁임이 심하다. 앞으로 정부, 지자체가 나서서 빌딩 시장에서도 장기적인 수급 조절을 해야 한다. 

기사의
[신희성 리맥스코리아 사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44호(02.12~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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